나는 남편과 재미난 영상을 보면서 맛있는 것을 함께 먹을때 큰 행복감을 느끼는데, 우리가 즐겨먹는 메뉴 중 하나는 기영이 숯불치킨이다.
최근에는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에 빠져 나는 솔로 보면서+ 기영이 치킨 먹기 라는 루틴이 생겼는데 (일명 “나는 기영”), 나는 솔로를 기영이 치킨 없이 보거나, 기영이 치킨을 먹으면서 나는 솔로를 보지 않으면 뭔가 2%부족한 아쉬운 느낌을 받곤 한다.
KTX막차를 타고 역에 마중 나온 남편을 만나면 서로를 쳐다 보며 “나는 기영?” 하고 묻는다. 남편은 우리 동네 기영이를 도착지로 설정하고, 나는 기영이 사장님께 전화 주문을 한다.
“사장님~ 소금양념 반반 구이에 소금에는 대파 추가, 양념에는 우동사리 추가 해 주세요! 30분 후에 테이크 아웃 할게요~“
이렇게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는 우리 둘 만의 루틴 아닌 루틴을 즐기던 어느날
”나는 기영“ 주문 후 테이크아웃을 하러 간 남편에게 사장님께서
”혹시 여자분이 전화하고 남자분이 받으러 오시는 그분들 맞죠~?“ 하고 알아보시더니 서비스를 챙겨 주시기 시작했다. 주문할 때 꼭 ”그남자 그여자“ 라고 이야기 해 달라고 하셨다.
이후 배달 어플로 주문할 때에도 ”그남자 그여자“ 라고 메모를 남기면 잔뜩 서비스를 챙겨 주셨다. 서비스 주시는게 죄송해서 서비스 주시지 말라고 안부인사만 물어도 소스라도 하나 더 챙겨 주셨다.
이렇게 2년 넘게 우리동네 기영이 사장님과 우리의 관계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배달 어플 메세지란을 통해 서로 크리스마스도, 새해 인사도 주고 받고 쪽지도 주고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내가 늘 주문하던 루틴이 아니라 다른 조합으로 주문을 했더니 (탄수를 줄이려고 주먹밥 메뉴를 제외시킴) 기억하시고는 다른 서비스를 챙겨 주셨다.
어제 정말 오랜만에 -3개월여 만에- ”나는 기영“을 위해 우리동네 기영이에 전화를 하고
기억하실지 말지 몰라 조금은 쑥스럽게
”안녕하세요~ 그남자 그여자인데요..“ 하고 말문을 열었는데, 사장님께서 너무나도 반가운 목소리로
”어머나! 반가워요~ 그남자 그여자!“ 라며 주문을 받아 주셨다.
매번 테이크아웃은 남편이 하러 갔는데 오늘 만큼은 나도 직접 가서 인사 드리리라 하고 남편과 같이 사장님께 갔다.
2년 동안 펜팔만 하던 친구를 처음 보는 기분이었다. 내 상상 속 이미지와 조금은 달랐지만
반달눈을 하고 호호아줌마 처럼 밝게 웃으시며
”어머나! 드디어 처음 뵙네요~ 그남자 그여자! 가지 좋아하세요~? 탄수화물 줄이신대서 이번엔 가지를 넣어 봤어요.” 하시며 우리를 반겨 주셨다.
우리가 가게문을 나설 때 까지 양손을 힘차게 흔드시면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너무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시는 사장님을 보며 바쁘신 중에도 에너지 넘치시는 모습에, 그리고 누군가의 친절함이 이렇게 큰 행복과 기운을 주는구나 싶어 눈물이 핑 돌았다.
덕분에 어젯밤도 남편과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남자 그여자는 행복한 에너지를 먹었다.
이 글을 절대 볼 리 없는 이름 모를 사장님, 늘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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