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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교수님들의 은퇴

4월 22일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28일

최근 연구와 강의 준비 외에 퇴근 후 시간의 대부분은 박사 지도교수님 은퇴 여행 계획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의 박사 지도교수님은 작년에 은퇴를 하시고, 현재 동경대에서 부총장으로 일하고 계신다. 내 유학 시절은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소위 말하는 리즈 시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저 내 할 일(연구)을 하루 종일 충분히 다른 생각 없이 할 수 있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러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준 데에는 박사 지도교수님의 덕이 매우 컸다. 교수님은 30분 단위 스케줄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시간을 아끼고 쪼개 사용하고 계셨는데, 연구 미팅을 단 한 번도 미루신 적도 없고, 늘 성실하게 피드백을 해주셨다. 당시 교수님께는 6살 늦둥이 딸아이가 있었는데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딸아이의 하원 픽업을 위해 백팩을 메시고 부지런히 지하철역으로 걸어가시기도 했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신다는게 늘 감사해서 교수님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으면 어떻게든 교수님의 귀한 시간을 허비하게 하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 해 미팅 준비를 했던 것 같다. 1년에 한번 정도 모든 랩실 학생들을 집에 초대해 주셨는데 당시에 일본어를 잘 하지 못했던 나는 교수님의 늦둥이 딸과 어울려 놀았다. 내 서툰 일본어도 찰떡같이 이해해주고, 그림을 그려주면 무척이나 기뻐했던 귀여운 아이였다. 교수님을 통해 서로 편지를 주고 받을 정도로 나와 그 아이는 정신연령이 비슷해서인지 (?) 정말 잘 통했다.


나는 애살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관계를 주도하거나 적극적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저지 졸업을 하고 난 뒤에도 1년에 한 두번 정도는 지도교수님을 도쿄에서 또는 한국에서 뵐 수 있었다. 졸업 이후 길고 긴 임용과정에서 매년 부탁 드리는 추천서도 매번 그 누구보다 정성을 들여 작성해 주셨다. 내가 교수가 되고 보니, 내 지도교수님이 나에게 해 준 것 처럼 학생들에게 행동 하는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더욱 체감한다. 그 당시에도 정말 감사했지만, 지금은 그 은혜에 더 깊이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일본에서는 교수가 은퇴를 할 때 "은퇴강연" 이라는 것을 한다. 여태까지 지도한 모든 제자들을 모아 마지막으로 2~3시간 강연을 하는 것이다. 작년에 교수님의 은퇴강연은 동경대 야스다강당에서 개최되었다. 야스다강당은 등록유형문화재로 1년에 2번 입학식, 졸업식에만 개방되는 공간이다. 그런데 교수님의 은퇴강연에 모인 제자들이 많아 학교에서 특별히 야스다강당을 개방했다고 한다. 일본은 4월 개강이라 은퇴강연은 3월에 이뤄졌다. 나는 3월 학기 초에 휴강을 하고 일본을 다녀오는데에 무리가 많아 많은 고민을 하다 은퇴강연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교수님께서 랩실 제자들과 후배교수(현재 우리 랩의 지도교수가 되신)와 함께 은퇴여행을 계획하고 계셨는데 내가 제주도 출신인 것을 기억하시고, 혹시 내가 괜찮다면 제주도 은퇴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제안해주셨다. 은퇴강연에 못간것이 내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의미있는 행사를 내 고향 제주에서 한다는것, 그리고 나도 그 자리에 초대해 주신것에 너무 감사했다. 전공분야가 도시공학이다 보니 그냥 여행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대한 문화, 역사, 토지이용, 공간패턴 등을 분석해서 랩실 후배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야무지게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꽃피는 5월 가장 날씨가 좋은 때에 제주에서 부디 우리 교수님들과 후배들이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가기를 바랄 뿐이다.


이외에 내가 또 준비하고 있는 것은 학부 지도교수님의 은퇴모임이다. 교수님께서 조용히 연락이 닿는 몇몇 졸업생들이 있다면 가볍게 식사를 하길 원하셨다. 이 교수님은 내가 학부 2학년때 면담을 갔을때 내 고민에 대해 같이 고민하시고 또 같이 울어주신 분이다. 어떻게 그 은혜를 잊을 수 있을까? 졸업생 연락처를 수소문하고, 한명씩 전화해보고 참석의사를 묻고 장소와 일자를 정하는 작업 가운데 귀찮음 보다는 기쁨만이 가득한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왜냐면 나는 모임을 추진하는걸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모임에서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않으며 매우 내향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이런 리더십을 발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오래살고 볼 일이다.


나의 지도교수님들이 작년, 올해 모두 은퇴를 하신다. 학석박 모두 좋은 지도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너무나도 감사하다. 교수님들의 은퇴의 마무리 자리에 내가 작은 역할이나마 할 수 있다는게 그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원만히 두 행사 모두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나도 나의 지도교수님들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지도교수님들 폭삭 속아수다!


박사 졸업식에서 나, 교수님, 그리고 전남친 현남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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